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자신의 최측근인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49·검사장·사법연수원 27기)를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지명하자 검찰 내 반응은 크게 엇갈렸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4월 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강행의지를 드러내며 검찰이 존폐기로에 선 상황에서 민주당을 자극하는 '악수(惡手)'라는 평가와 친정권 성향 인사들이 포진한 검찰 지휘라인이 물갈이 돼 막혀있던 정권 수사가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동시에 나왔습니다.
윤 당선인은 13일 오후 2시 서울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이 같은 내용의 2차 조각 인선안을 발표하면서 "(한동훈 후보자는)법무 행정의 현대화,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사법 시스템 정립에 적임자"라며 "절대 파격 인사는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한 후보자는 윤 당선인의 검찰 재임 시절 SK 분식회계 사건과 대선 비자금 사건, 현대차 비리 사건, 외환은행 매각 사건,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등을 함께 수사한 최측근 인사로 꼽힙니다.
검찰 내부는 전날 민주당의 '검수완박' 당론채택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 지명'이라는 파격적인 소식에 크게 술렁이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검장 영전을 점쳤던 검찰 내부는 "매일매일이 쇼크의 연속"이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우선 시점이 좋지 않다는 평이 다수였습니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직을 걸고 검찰 수사권 폐지 법안 통과를 막겠다고 나선 상황에서 검찰의 목숨줄을 쥐고 있는 민주당을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입니다. 검찰의 집단반발, '검란' 조짐에 민주당이 더욱 '검수완박'에 속도를 낸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 검찰 고위 인사는 "한동훈 검사장이 뛰어난 인재라는 것은 알지만 그렇다고 해도 국회로 달려가 '검수완박'을 막아야 하는 시점에 민주당은 고사하고 정의당 설득도 물 건너간 것 아니냐"며 "검찰을 버리고 한동훈만 지키겠다는 것이냐"고 토로했습니다. 한 검사장의 법무부장관 지명 소식에 당장 지명을 철회하라며 반발하고 있는 민주당이 검수완박 강행 속도를 더 높일 것이란 우려로 풀이됩니다.
재경지검 한 부장검사도 "국회가 수긍할 수 있는 법무부장관 카드를 내놓았어야 하는데 검수완박 입법 저지는 이제 어렵게 된 것 아니냐"며 "한동훈 장관 지명으로 정의당마저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치적 색채를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수사만 해온 검사들은 힘이 빠지는게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김 총장은 이날 대검에서 가진 '검수완박'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이 "민주당이 한 검사장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왔는데 이번에 장관으로 지명하며 (검수완박 저지를 해야하는) 검찰 입장에선 난감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묻자 "그 부분은 제가 여기서 말씀드릴 사안이 아닌 것 같다"며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답을 피했습니다.
한 후보자의 특수수사 등 능력으로는 법무부장관 등 요직에 오르는데 이견이 없다는 분위기입니다.
윤 당선인과 한 후보자 모두 추미애·박범계 법무부장관의 검찰 인사로 고초를 겪은 만큼 검찰 인사의 정상화를 기대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한 수도권 부부장검사는 "검사로서의 능력면에서는 최고 아니냐"며 "장관이 검찰 인사권을 갖기 때문에 정권 수사를 온몸으로 막아온 친정권 검사들이 옷벗고 나가는 상황이 기대되고, 그에 따라 비정상적으로 지연된 주요 수사들도 정상화되지 않겠나"라고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윤석열식 정면돌파라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한 검찰 간부는 "애초에 한동훈은 아무 잘못이 없고 한동훈의 수사가 잘못됐다며 '검수완박'을 추진하는 민주당이 문제라는 취지의 '윤석열식 정면돌파'로 보인다"며 "아무것도 잘못한 것이 없고 능력도 있는데 장관을 하지못할 이유가 무엇이냐는 뜻이 담긴 인사"라고 평가했습니다.
당장 기수역전 등으로 인해 고위급 검사들이 줄줄이 옷을 벗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 후보자는 사법연수원 27기로 김오수 검찰총장(20기)과는 7기수가 차이나고, 이성윤 서울고검장(23기), 김관정 수원고검장(26기),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26기) 등이 선배 기수입니다.
한 후보자는 1973년생으로 사법연수원 27기인 자신이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하면 검찰의 연소화(年少化)가 심해지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 질문에 "대한민국은 이미 20∼30대 여야 대표를 배출한 진취적인 나라"라며 "기수문화는 지엽적"이라고 답했고, 이어 "내가 거의 50이 됐고 공직 생활에서 이 분야에만 20년 넘게 근무했다"며 "이런 정도 경력 가진 사람이 나이나 경력 때문에 장관직을 수행하지 못할 나라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우려를 일축했습니다.
윤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개인적인 인연에서 비롯된 '내 식구 챙기기' 인사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내가 검찰과 법무부에서 근무하는 동안 상식과 정의에 맞게 일하려고 노력했다"며 "그 과정에서 개인적인 연에 기대거나 맹종하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그 분(윤 당선인)과 같이 일할 때 연에 기대거나 서로를 맹종하고 끌어주고 밀어주는 관계가 아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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